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, 봐요! ⑳ 삵
입력 : 2016-11-04 11:32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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⑳ 삵

한반도 최후의 맹수, 비운의 삵
겨울이면 파주 공릉천에 개리, 재두루미, 털발말똥가리, 큰기러기 등 희귀한 철새들이 많이 찾아와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곤 했다. 그러던 어느날 노을도 사라져 어둑어둑해질 무렵 함께 조사하던 회원이 “와~ 저 고양이는 참 크다”라고 탄성을 질렀다.
차 앞을 스쳐지나가는 물체를 보고 나는 스프링처럼 밖으로 튀어갔다. 삵이었다!!!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혼미한 정신을 간신히 잡았던 그때, 내 생애 처음으로 삵과 마주한 순간이었다.

삵은 스스로 맹수임을 자청하여, 걸어갈 때 일직선으로 이동하며 어떤 위험이 닥쳐도 고양이와 다르게 오던 길을 뒤돌아가는 법이 없다. 장애물을 만났을 때 우회하며 앞으로만 전진하고 아무리 큰 위협을 해도 고양이처럼 소리 지르며 갑자기 도망치지도 않는다. 천천히 그리고 은밀하고 빠르게 자취를 감출뿐 겁에 질려 요동하지 않는 맹수로서의 위엄을 보인다.

그 결과 삵들의 터전뿐만 아니라, 여우 호랑이, 늑대, 표범들의 먹이사슬도 이때 완전히 무너지면서 한반도에는 삵 이외의 모든 맹수들도 생태계의 파괴와 함께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. 아름다운 한국, 모든 생물이 평화로운 공존으로 더 가치 있는 우리의 삶터를 만들 노력은 이들의 서식지를 위태롭게 하는 모든 것을 우린 분명히 막아야한다. 우리와 함께 사는 모든 생명을 위하여.
동물소개꾼 김승호
DMZ생태연구소장
#51 창간2주년 특집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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